추석 연휴를 맞이해서 고향 집으로 왔습니다. 긴 연휴 동안 저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도 있겠지만 고향에 가는 덕을 택한 이유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서입니다. 부모님께 드릴 추석 선물도 따로 챙겼지만, 부모님께 가장 먼저 해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집 청소였습니다.


부모님들의 세대적 특성 상 자원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는 절약정신을 바탕으로 물건들을 잘 버리지 못하십니다. 특히나 우리 부모님의 경우, 새 집을 짓고 계시는 동안 잠시 머물 공간으로 작은 빌라에 입주하셨는데, 그 전에 살던 짐이 이 집안에 모두 들어가지 않아 그 빌라에서 비좁게 살고 계셨습니다. 부모님께서 그 빌라로 이사 하실  당시 이사짐 정리하시는 것을 도와드리려 한번 고향에 내려왔는데, 그 때 많은 물건을 다 정리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계속 눈에 밟혔습니다. 그래서 이번 추석 때에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청소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정리 할 줄 모르던 딸이 솔선수범 정리하다


엄마 입장에서는 놀랄 노릇이실 것입니다. 청소년기, 더 나아가 대학 시절까지도 ‘정리’란것을 1도 모르고 늘 집안 곳곳을 어지럽히기만 했던 딸이 서른이 넘어 정리의 달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집을 청소해주니 말입니다. 저녁을 먹자 마자 식료품이 쌓여 있는 선반 앞에 앉아 정리 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는 당황하시면서도 좋아하시면서도 놀랍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언제부터 이렇게 정리를 도와줄 정도가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물건의 개수 = 일의 개수’라는 저의 생각을 바탕으로, 어머니의 일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정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물건을 정리할 땐 늘 저항에 부딪히다


하지맘 예상했던대로 물건을 정리할 때 엄마의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물건에는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습니다. 이유 없이 구매한 물건이 없고, 각 물건은 각각의 기운이 있어 기운을 복돋우게도 하고,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다 보니 엄마는 저의 정리하는 모습을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가 물건을 막무가내로 버릴까봐 걱정하셨습니다. 제 눈에는 정리해야할 것들 투성인데 ‘정리할 것 없다’고 하셨습니다. 오래된 물건은 오래된 물건대로 의미가 있고, 다 사용하는 물건이시라고. 따라서 저는 저만의 노하우로 엄마를 안심시키며 정리를 해나갔습니다.



부모님 집 청소 방법


1)  누가 봐도 쓰레기인 것을 치우며 여유 공간 확보하기


오늘 엄마의 집을 청소해드릴 때 제일 먼저 식료품 선반이나 서재 선반을 정리하였는데, 정리할 때는 누가 봐도 쓰레기인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였습니다. 휴지나 종이 상자, 플라스틱 용기 등이 그러합니다. 특히나 엄마는 쇼핑몰에서 구매한 화장품 세트 상자를 수잡함으로 많이 사용하셨습니다. 그럴 때면 그 수납함에 있는 물건들을 종류별로 모아 분류하여 다른 수납함에 잘 정리하고, 그 종이 상자는 분리수거 하였습니다. 그러면 선반에 여유 공간이 생겨 다른 물건들도 보다 정갈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2) 해당 물건이 있었던 위치에서 한눈에 찾을 수 있게 정리하기


물건을 찾는 것도 일 중에 하나입니다. 특히나 엄마의 일을 줄여드리려고 정리한다는 것이 엄마가 제때에 필요한 물건을 찾지 못하게 된다면 오히려 엄마에게 일을 더 드리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따라서 어떤 선반을 정리한다면 그 선반 안에 있는 물건은 그 선반안에 위치하도록 정리하되, 한 눈에도 찾을 수 있게 정리합니다. 한 눈에 찾을 수 있도록 정리하는 방법은 위에서도 언급한 대로 종류별로 분류하여 수납하는 것과, 또 다른 종류의 물건이 중첩되어 서로 가리지 않도록 수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에게는 ‘혹시 물건을 못찾으면 여기만 찾으면 된다’라고 알려드립니다. 실례로 지난 번에 고향에 왔을 때도 엄마의 선반을 하나 정리해드렸었는데, 엄마가 ‘물건을 찾을 때 보면 네가 말한대로 이 선반에 다 있더라’라고 하셨습니다.


3) 버리는 물건들은 한 곳에 모아 엄마의 확인 후 버리기


어떤 물건을 정리할 때에 제가 생각했을 땐 아무 가치 없는 것 같은데, 엄마에게는 의미가 있는 물건이 있을 수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저도 막무가내로 물건을 버리진 않고, 버릴만한 물건들을 한 곳에 모아 엄마에게 보여드립니다. 그렇게 해서 엄마가 직접 눈으로 확인 한 후 최종적으로 물건을 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했을 때 버리려고 모아둔 대부분의 물건은 엄마도 버리는 걸 동의하셔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꼭 물건은 버리지 않더라도 걸레로 집안 곳곳 먼지를 훔치는 일물건의 각도를 반듯하게 하여 정리하는 것 또한 집안 환경을 정갈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데에 큰 도움을 줍니다.



추석을 맞이하여 물질적인 선물도 좋지만, 부모님의 일을 덜어드리는 집안 청소도 큰 선물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부모님 집을 청소하는 데에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남은 추석 연휴도 잘 보내시고 가족과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


고향 생활과 옷


어렸을 적 저의 패션에 대해 고백합니다. 저에겐 새 옷이 많이 없었습니다. 구제옷 가게를 자주 들리셨던 저의 어머니께서는 늘 저에게 보물을 건지고 왔다고 하시면서 그곳에서 구매한 옷들을 주셨습니다. 구제라고 하지만 잘 입으면 코디를 맞출 수 있는 옷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학 다닐 동안 고향에 있었기 때문에 옷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서울 생활과 옷


서울에 올라와서는 달라졌습니다. 처음 20대 중반에 서울에 올라와 제가 본 서울 사람들은 옷을 아주 잘 입었습니다. 길거리에는 예쁘고 저렴한 옷들도 많았습니다. 저 같은 촌 아이에게는 놀라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놀라움도 잠시, 저는 제가 촌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외모를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옷으로 가득찬 고시원 방 한칸


서울에 올라와 몇 년을 고시원 생활을 했는데, 저는 돈을 모아 고시원을 탈출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옷과 화장품을 구매하는데 연연했습니다. 집에는 물건이 쌓여갔고, 옷은 서랍에도 찼습니다. 천장의 봉에도 가득 걸려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천장의 봉이 무너진 적도 있었습니다. 봉에 더 이상 옷을 걸 수 없어 벽에 온통 헹거를 걸어두고 거기에 옷을 가득 걸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저는 옷을 버려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회사 생활과 품위 유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옷의 가지수는 더욱 늘어났습니다. 허름하게 입으면 자신감이 나지 않고, 은근히 무시받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면접 때나 혹은 회사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이면 자신감 향상을 위해 저는 옷을 구매했습니다.  연봉이 높은 직장으로 이직하면 구매하는 옷의 단가도 늘어났습니다. 저는 돈을 모을 수가 없었습니다. 월급이 올라도 품위유지비로 모두 지출되었습니다. 하지만 새 옷을 입으며 생긴 자신감은 잠시였습니다. 새 옷은 한 번 입고 세탁이라도 하면 금방 헌 옷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집에는 옷이 쌓여만 갔습니다. 스트레스를 푼다고 월급을 번 만큼 구매를 하여 집에는 여러 잡동사니로 가득찼습니다. 물건이 주인이 되어 버린 집에서는 저는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없었습니다. 새 옷의 효과도 점점 줄어만 갔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접하며


그러던 중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미니멀리스트 사사키 후미오씨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한 두 벌의 옷만 제복화 하여 매일 입고 다니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초라해보이기 보다는 자유로워보였습니다. 



"품위유지"의 부담에서 벗어나다


이제는 회사라는 시스템을 완전히 벗어나, 내 자신을 정비하기 위해 미니멀 라이프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요즘, 저는 "품위유지"라는 부담감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이전 까지는 새 옷이 아니면 헌 옷이거나, 입을 수 없는 옷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을 가지고 제 옷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다 제가 그 옷들을 산 이유가 있었고, 저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였으며, 각각의 옷들은 서로 잘 어우러저 코디의 시너지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한달에 한 두번 꼴로 미용실을 찾았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누가 나를 어떻게 보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남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나의 의지에 의해서 옷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입을 때마다 자신감은 물론, 행복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옷 계획


이제는 특별한 사유가 아닌 이상 옷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을 예정이라서 지금 남아 있는 옷들을 소중하게 다루며, 연구하며, 잘 입어볼 계획입니다. (물론 체형의 변화로 입지 못하게 된 옷들은 어쩔 수 없이 정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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