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관련된 다큐를 찾아보다가 KBS에서 방영되었던 '사람과 사람들 -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산다'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특이하게 미니멀 라이프 경지에 이른 부부, 혹은 미니멀 라이프를 이제 막 시작한 부부를 비교하여 보여주었습니다. 인상깊었던 점들을 메모하여 다시 정리해보았습니다.



미니멀 라이프 경지에 이른 부부


5톤 가량의 살림을 정리했다는 주인공은 언제나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물건이 없으니 불편한 것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잠을 줄여가며 집안일을 하고 그 짜증은 가족에게 돌아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 실천 후 집에 물건이 줄어드니 집안일도, 짜증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남편분께서 집에 오면 자기가 쉴 수 있을지 아내분 눈치가 보였다고 하였지만, 이제는 소파에 누워 "아 나도 누울 수 있구나"하고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미니멀 라이프는 휴식의 시간과 공간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 분들은 물건을 정리할 때 "버리기 축제"를 한다고 하면서 물건을 정리하는데, 물건을 버릴 때 게임하듯 진행하여 즐겁게 정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리한 물건에 대해서 서로 피드백을 주는 장면도 인상깊었습니다. 이제는 집을 넓히는 것보다 쓸데없는 잡동사니를 없애는 것이 더 좋다고 하였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로 인해 생긴 여유는 부보님 댁에도 더 자주 들리게 하고, 화초를 보고 싶으면 밖으로 나오게 하였습니다. 


이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깨소금이 떨어졌습니다. 남편분도 여유가 느껴졌고, 아내분도 미소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두물머리 데이트 모습도 나왔는데 정원을 둘러보는 부부가 "누가 이렇게 우리 정원을 예쁘게 잘 가꾸어 주었나" 하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우리 집으로 들인다고 해서 다 내소유가 아니고, 집 밖에서도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미니멀 리스트들의 모임


이 부부의 집에 미니멀 라이프 카페에서 활동 중인 미니멀 리스트분들이 한 자리에 모인 내용도 나왔습니다.  부부의 집은 모델하우스 처럼 텅비어 있고 넓어 동아리 모임도 가능해보였습니다. 이분들의 모임은 특이하게 자기보다도 더 (물건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더 주눅 든다고 합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주눅드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초대 받은 이 미니멀 리스트 분들은 각자 자기 그릇과 포크 등을 챙겨오는 모습도 인상깊었습니다. 왜냐하면 초대한 부부의 집에도 식기구들이 많이 없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화도 있구나'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이제 시작한 부부


이제 막 물건 정리를 시작한 젊은 부부의 모습도 나옵니다. 집 현관부터 온갖 신발들로 난리 입니다. 방안에 들어가 보니 아이들 장난감 + 잡동사니로 발디딜틈이 없습니다. 이 부부는 아이들게 좀 더 편안한 집이 되기 위해 정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엌 살림을 모두 꺼내어 하나씩 정리하고 있던 아내분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탈진할 것 처럼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물건 정리를 하면서 몸살도 낫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편분과도 '이것을 버릴 것이냐, 남길것이냐' 하는 문제로 싸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물건의 가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느낀점


그리고 이 영상을 보면서 제 책상을 한번 쳐다보았는데 아직도 물건이 뒹굴러 다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아직 초보자 레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다보면 몸살이 날 때도 있습니다. 젋은 부부를 보면서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부부 사이의 좋은 관계 유지를 돕는데 있어 미니멀라이프가 의미가 있다는 점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방송내용을 떠올려보니, 지금 또 다시 제 방을 정리하고 싶어졌습니다. 





고향 생활과 옷


어렸을 적 저의 패션에 대해 고백합니다. 저에겐 새 옷이 많이 없었습니다. 구제옷 가게를 자주 들리셨던 저의 어머니께서는 늘 저에게 보물을 건지고 왔다고 하시면서 그곳에서 구매한 옷들을 주셨습니다. 구제라고 하지만 잘 입으면 코디를 맞출 수 있는 옷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학 다닐 동안 고향에 있었기 때문에 옷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서울 생활과 옷


서울에 올라와서는 달라졌습니다. 처음 20대 중반에 서울에 올라와 제가 본 서울 사람들은 옷을 아주 잘 입었습니다. 길거리에는 예쁘고 저렴한 옷들도 많았습니다. 저 같은 촌 아이에게는 놀라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놀라움도 잠시, 저는 제가 촌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외모를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옷으로 가득찬 고시원 방 한칸


서울에 올라와 몇 년을 고시원 생활을 했는데, 저는 돈을 모아 고시원을 탈출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옷과 화장품을 구매하는데 연연했습니다. 집에는 물건이 쌓여갔고, 옷은 서랍에도 찼습니다. 천장의 봉에도 가득 걸려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천장의 봉이 무너진 적도 있었습니다. 봉에 더 이상 옷을 걸 수 없어 벽에 온통 헹거를 걸어두고 거기에 옷을 가득 걸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저는 옷을 버려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회사 생활과 품위 유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옷의 가지수는 더욱 늘어났습니다. 허름하게 입으면 자신감이 나지 않고, 은근히 무시받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면접 때나 혹은 회사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이면 자신감 향상을 위해 저는 옷을 구매했습니다.  연봉이 높은 직장으로 이직하면 구매하는 옷의 단가도 늘어났습니다. 저는 돈을 모을 수가 없었습니다. 월급이 올라도 품위유지비로 모두 지출되었습니다. 하지만 새 옷을 입으며 생긴 자신감은 잠시였습니다. 새 옷은 한 번 입고 세탁이라도 하면 금방 헌 옷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집에는 옷이 쌓여만 갔습니다. 스트레스를 푼다고 월급을 번 만큼 구매를 하여 집에는 여러 잡동사니로 가득찼습니다. 물건이 주인이 되어 버린 집에서는 저는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없었습니다. 새 옷의 효과도 점점 줄어만 갔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접하며


그러던 중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미니멀리스트 사사키 후미오씨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한 두 벌의 옷만 제복화 하여 매일 입고 다니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초라해보이기 보다는 자유로워보였습니다. 



"품위유지"의 부담에서 벗어나다


이제는 회사라는 시스템을 완전히 벗어나, 내 자신을 정비하기 위해 미니멀 라이프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요즘, 저는 "품위유지"라는 부담감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이전 까지는 새 옷이 아니면 헌 옷이거나, 입을 수 없는 옷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을 가지고 제 옷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다 제가 그 옷들을 산 이유가 있었고, 저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였으며, 각각의 옷들은 서로 잘 어우러저 코디의 시너지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한달에 한 두번 꼴로 미용실을 찾았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누가 나를 어떻게 보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남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나의 의지에 의해서 옷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입을 때마다 자신감은 물론, 행복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옷 계획


이제는 특별한 사유가 아닌 이상 옷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을 예정이라서 지금 남아 있는 옷들을 소중하게 다루며, 연구하며, 잘 입어볼 계획입니다. (물론 체형의 변화로 입지 못하게 된 옷들은 어쩔 수 없이 정리할 예정입니다.)







머리 속을 정리하기 위해 선택한 책 - 고민 대신 리스트


저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어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독서를 합니다. 책의 몇 페이지만 보더라도, 저의 생각들 사이사이 난 빈 틈에 글자들이 채워지면서 좋은 해결책이 생각날 때가 많았습니다. 또 서점에 들릴 때면 저에게 꼭 필요한 책들이 손에 잡히곤 했습니다. 한 때 퇴사와 사업준비로 머리속이 복잡하고, 사업 준비 이전에 '내 자신부터 정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서점에 갔을 때 제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고민 대신 리스트'라는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을 미니멀 라이프와 연관지어 구매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앞 페이지 몇 구절을 보고 '내 머리속을 정리하기에는 이 책이 최적이다'라고 생각해서 고민 대신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이 책은 한 두장만 펼쳐보았는데도 지금 제가 가진 고민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고, 읽으면서 머리속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다가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소요되고, 또 잘 정리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그랬는지 절반 정도 보다가 책꽂이에 꽂아두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물리적인 방 정리 뿐만 아니라 마음의 방도 정리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요즘에, 제 책꽂이에서 잠자고 있던 이 책이 떠올랐습니다. 책을 꺼내보니 저자가 '도미니크 로로'. 알고 보니 미니멀 라이프의 교과서와도 같은 '심플하게 산다' 도서의 저자였습니다. 



'멍 때림 현상'에 해결 방법 발견


요즘 저에게 찾아온 '멍 때림 현상'에 대한 설명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떤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한 눈에 그려지지 않으면 머리속이 멍해지곤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생각이 들면 멘탈의 균열이 찾아옵니다. 멘탈에 균열이 오면 멍 때림 현상이 심화되어 결국 아무 일도 시작하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머리가 멍해지는 원인에 대해서 설명해줍니다. '머릿속은 계속해서 떠오르는 새로운 생각들로 어수선하다. 그중 일부는 가벼운 두려움을 동반하는 걱정거리들이다.'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해결방법도 알려줍니다. 이 '멍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해보고, 해야 할 일 리스트를 만들되 순서대로 체크하는 방법을 제안해 줍니다. 생각해보면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고 보면, 시간과 에너지를 중요한 일에 좀 더 집중하여 쏟을 수 있고, 큰 일들을 해결하고 나면 그만큼 마음에 여유 공간이 생겨 다른 일들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일 저 일 새롭게 시작하게 되면 결국 산만해지고, 미완결 과제들로 인해 에너지가 계속 소진되기 때문에, 한 일을 잘 마치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이 시간과 에너지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멍 때림 현상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스트의 목적 - 전체를 관망하는 시각


이 책에서는 리스트를 만드는 목적이 "전체를 관망하는 시각"을 가지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누적된 기록을 읽고 재편집하는 과정에서 삶의 새로운 주제를 찾을 수 있다'고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말에 동의하며 이 책에서 제일 와닿는 내용 중 하나였습니다. 흩어진 메모는 흩어진 생각에 불과하며 이는 마치 돈을 여기 저기 흘린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까지 계속 '꼭 해야지' 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여기저기 흩어진 기록들을 한 곳에 모으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쉽게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흩어진 메모 조각들은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방 안 곳곳을 뒹굴어 다녔고, 서랍 여기저기에 숨어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떠오른 생각들을 붙잡고자 손에 잡히는 대로 기록하다 보니 기록물은 많았지만 늘 정리가 되지 않아서 문제였습니다. 하나로 융합되지 못한 이 메모들은 저의 정신을 산만하게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메모들을 정리할 때면 마음속도 정리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록한 메모들을 주제별로 잘 모으고 누적한다면 이것은 곧 저의 중요한 자산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는 기록을 했다면 시간을 내어서라도 주제별로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 너무나 필요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를 정리하는 리스트


이 책에서는 '일상을 심플하게 만드는 리스트', '나를 더 잘 알기 위한 리스트', '나를 돌보기 위한 리스트', '나를 위한 일상의 작은 즐거움 리스트' 등 내 자신에 대해 정비할 수 있는 여러 좋은 리스트 들을 제안해줍니다. 이런 리스트들을 통해 심지어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연중행사 정리 리스트는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늘 제가 챙겨야 하는 어떤 행사가 닥치면 다급하게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이 마음의 큰 부담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리스트들이 잘 정리된다면 제가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바로 바로 꺼내서 쓸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생에서 한번쯤은 정리해보면 좋을 리스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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