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을 정리하기 위해 선택한 책 - 고민 대신 리스트


저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어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독서를 합니다. 책의 몇 페이지만 보더라도, 저의 생각들 사이사이 난 빈 틈에 글자들이 채워지면서 좋은 해결책이 생각날 때가 많았습니다. 또 서점에 들릴 때면 저에게 꼭 필요한 책들이 손에 잡히곤 했습니다. 한 때 퇴사와 사업준비로 머리속이 복잡하고, 사업 준비 이전에 '내 자신부터 정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서점에 갔을 때 제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고민 대신 리스트'라는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을 미니멀 라이프와 연관지어 구매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앞 페이지 몇 구절을 보고 '내 머리속을 정리하기에는 이 책이 최적이다'라고 생각해서 고민 대신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이 책은 한 두장만 펼쳐보았는데도 지금 제가 가진 고민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고, 읽으면서 머리속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다가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소요되고, 또 잘 정리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그랬는지 절반 정도 보다가 책꽂이에 꽂아두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물리적인 방 정리 뿐만 아니라 마음의 방도 정리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요즘에, 제 책꽂이에서 잠자고 있던 이 책이 떠올랐습니다. 책을 꺼내보니 저자가 '도미니크 로로'. 알고 보니 미니멀 라이프의 교과서와도 같은 '심플하게 산다' 도서의 저자였습니다. 



'멍 때림 현상'에 해결 방법 발견


요즘 저에게 찾아온 '멍 때림 현상'에 대한 설명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떤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한 눈에 그려지지 않으면 머리속이 멍해지곤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생각이 들면 멘탈의 균열이 찾아옵니다. 멘탈에 균열이 오면 멍 때림 현상이 심화되어 결국 아무 일도 시작하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머리가 멍해지는 원인에 대해서 설명해줍니다. '머릿속은 계속해서 떠오르는 새로운 생각들로 어수선하다. 그중 일부는 가벼운 두려움을 동반하는 걱정거리들이다.'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해결방법도 알려줍니다. 이 '멍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해보고, 해야 할 일 리스트를 만들되 순서대로 체크하는 방법을 제안해 줍니다. 생각해보면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고 보면, 시간과 에너지를 중요한 일에 좀 더 집중하여 쏟을 수 있고, 큰 일들을 해결하고 나면 그만큼 마음에 여유 공간이 생겨 다른 일들도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일 저 일 새롭게 시작하게 되면 결국 산만해지고, 미완결 과제들로 인해 에너지가 계속 소진되기 때문에, 한 일을 잘 마치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이 시간과 에너지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멍 때림 현상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스트의 목적 - 전체를 관망하는 시각


이 책에서는 리스트를 만드는 목적이 "전체를 관망하는 시각"을 가지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누적된 기록을 읽고 재편집하는 과정에서 삶의 새로운 주제를 찾을 수 있다'고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말에 동의하며 이 책에서 제일 와닿는 내용 중 하나였습니다. 흩어진 메모는 흩어진 생각에 불과하며 이는 마치 돈을 여기 저기 흘린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까지 계속 '꼭 해야지' 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여기저기 흩어진 기록들을 한 곳에 모으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쉽게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흩어진 메모 조각들은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방 안 곳곳을 뒹굴어 다녔고, 서랍 여기저기에 숨어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떠오른 생각들을 붙잡고자 손에 잡히는 대로 기록하다 보니 기록물은 많았지만 늘 정리가 되지 않아서 문제였습니다. 하나로 융합되지 못한 이 메모들은 저의 정신을 산만하게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메모들을 정리할 때면 마음속도 정리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록한 메모들을 주제별로 잘 모으고 누적한다면 이것은 곧 저의 중요한 자산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는 기록을 했다면 시간을 내어서라도 주제별로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 너무나 필요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를 정리하는 리스트


이 책에서는 '일상을 심플하게 만드는 리스트', '나를 더 잘 알기 위한 리스트', '나를 돌보기 위한 리스트', '나를 위한 일상의 작은 즐거움 리스트' 등 내 자신에 대해 정비할 수 있는 여러 좋은 리스트 들을 제안해줍니다. 이런 리스트들을 통해 심지어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연중행사 정리 리스트는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늘 제가 챙겨야 하는 어떤 행사가 닥치면 다급하게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이 마음의 큰 부담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리스트들이 잘 정리된다면 제가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바로 바로 꺼내서 쓸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이 될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생에서 한번쯤은 정리해보면 좋을 리스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생각이 많아 잠들지 못하는 밤


근래 이사 준비와 여러가지 일로 정신 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하루에 처리되는 양은 제한이 있어 일이 계속 쌓여만 가는 요즘입니다. 이에 대한 영향 때문인지 요새 불면증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새벽 3시가 되도록 잠이 들지 못하고 있을 때 느껴지는 몽롱함은 몸이 피곤해서 그런건지, 무언의 압박감으로 인한 어지러움 때문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잠깐 잠이 들고 다음날 일어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요즘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다고 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방 정리에만 집중하고, 제 마음과 생각은 정리하지 않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 되지 않은 마음의 방


매일 매일 새로운 일이 쏟아지고, 눈과 귀로 다양한 정보들이 저의 머리속으로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제 머리속을 자리 잃은 물건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점점 한 곳에 쌓여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어떤 한 일을 마치기도 전에 새로운 일들이 생깁니다. 정리 되지 않은 방 안에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는 것과 같았습니다. 많은 고민들도 껴안고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손도 못대던 마음의 큰 짐들입니다. 이 생각들과 고민들을 하나씩 꺼내어 마음의 서랍에 차곡차곡 잘 정리를 해야 되는데,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여러 이유로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근래에 느낀 것이 제 머리와 마음 속에는 여유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민해야 하는 새로운 일이 생길 때면 마음이 무척 괴로웠습니다.



마음의 방도 정리를 시작하다


어느 날 알리바바 창립자인 마윈의 강의를 유투브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마윈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2분 정도 다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저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여기저기서 보고 들은 것은 많으나 그것에 대해 반추가 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정보나 생각들은 종이 쪼가리나 쓰레기 처럼 제 마음에 쌓여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잘 정리한다면 그것은 저에게 귀한 자산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무엇인가 보고 듣거나 경험을 한다면 이에 대해 배운점이나 느낀점을 세 줄이라도 짧게 정리하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기록된 메모들도 주제별로 정리하였습니다. 이를 시작하니 제 머릿속에 휴지 조각처럼 뒹굴던 여러 생각들이 수납장에 정리되어 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매일 매일 눈에 보이는 방을 정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방, 생각의 정리도 정말 중요하다는 걸 요즘 느낍니다. 이미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록하는 습관에 대해 많이 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요즘 따라 저에게는 기록하는 것과 이를 정리하는 습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아이폰X와 메모


최근 아이폰X로 휴대폰을 바꾸었습니다. 이유는 휴대폰을 사용하며 발생하는 여러 번거로움을 줄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X는 홈버튼 기능이 없고, 음성인식 기능이 강화되었습니다. 아이폰X로 휴대폰을 바꾼 이후에 음성으로도 메모를 작성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전 침대에 누웠을 때 다시 일어나 무엇인가를 필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면 음성 메모로 저의 생각을 기록합니다. 또한 아이폰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메모 기능은 각 메모 별로 폴더를 지정할 수 있어서 같은 주제의 메모는 한 폴더로 정리할 수 있었고, 또 그 메모들을 잘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폰이 저의 생각의 수납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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