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류


가장 정리하기가 꺼려졌던 곳이 바로 냉장고 였습니다.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정리되지 않은 음식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러한 음식물들은 꺼내보는 순간 시각적인 상처를 받고 구토 증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여튼 오랫동안 정리하지 못했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골치였던 유제품류를 정리하였습니다.


예전에 회사에서 연말 선물로 두유 여러 팩이 들어 있는 선물세트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지런히 먹었는데, 두유가 입에 잘 맞지도 않고 점점 손이 안가다가 유통기한을 지나버렸습니다. 유통기한은 올해 4월까지였는데, 무려 10팩 넘게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2+1으로 편의점에서 구매했던 요거트 음료 2개가 유통기한을 넘기고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보통 2+1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이 묶음으로 팔리다 보니, 구매하고 와서 몇 일 깜빡하면 유통기한이 지나 있는 경우가 대다수 였습니다. '몇일 지난 건 괜찮아'하고 먹어보기를 시도했지만, 예전에 장염, 위염을 아주 크게 겪었던 탓에 꺼려졌고, 그렇게 그 요거트 음료는 제 냉장고에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정리를 시작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우선 팩이나 음료를 담고 있는 용기는 모두 재활용 대상이기 때문에, 제품을 개봉하여 안에 있는 내용물을 모두 쏟아내고, 그 용기는 물로 깨끗이 씻어서 재활용을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버리는데에 너무 단계가 많았고, 또 유통기한이 좀 오래 지난 이 제품들을 개봉했을 때 제가 예측할 수 없는 화학 반응이나 새로운 생물체(;)가 나타날까 하는 두려움이 너무 컸습니다. 


그렇게 계속 정리를 미루고 미루다가 최근 요리를 시작하면서 구매한 식자재들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들을 한 바구니에 모아 밖에 꺼내두었습니다. 그렇게 꺼냈을 때도 바로 정리를 생각하지 못하고 냉장고 밖에 하루 정도 방치했습니다. 정말 볼 때 마다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간에 머리가 꽉 막힌 느낌이 들고 아이디어들이 떠오르지 않아, 저는 먼저 방부터 정리하고 책상에 앉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가장 골치거리인 그 유제품 바구니를 치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먼저 이것을 정리하기 위해 머리 속으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였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류 정리 과정


우선은 제품에 붙어있는 빨대들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그 중에서 쓸만한 빨대들은 따로 분류했습니다. 그 다음은 고무 장갑을 착용했습니다. 이것들을 맨정신에 맨손으로 만질 자신이 없었는데 고무 장갑을 착용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 유제품류들을 바구니에서 싱크대로 옮겼습니다. 이를 싱크대 한쪽으로 정렬한 후 주방용 가위를 준비했습니다. 팩에 담긴 유제품류를 개봉할 때는 용기를 편하게 씻을 수 있도록 윗부분을 통으로 잘라냈습니다. 개봉할 때 내용물이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쏟아져 옆에 있던 냉장고에 튀어 살짝 멘붕이 올 뻔 했습니다. 하지만 싱크대에서 물을 틀고, 배수구 가까이에서 제품을 개봉하니 내용물이 튀어 나와도 바로바로 물에 씻겨져 나갔습니다. 그렇게 한 팩 한 팩 씻은 것은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요거트 음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바짝 붙어있는 은박지 느낌의 막이를 가위로 깨끗하게 제거한 후, 싱크대에 물이 흘러나오는 상태에서 내용물을 배수구로 바로 쏟고 용기를 깨끗이 닦아 바구니에 두었습니다. 


바구니에 모인 빈 용기들은 바로 분리수거를 하였습니다. 


정리하면,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류 한 곳에 모으기 -> 빨대 등 부착물 제거 -> 싱크대에서 물을 틀고 배수구 가까이에서 제품을 개봉 -> 내용물 쏟기 -> 용기 세척 -> 분리수거


 이 작업은 약 10분 정도로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유제품들을 버리고 난 후


먼저는 유제품이 쌓여있던 곳이 깨끗하게 비어 있어서 속이 아주 시원했고, 그 비어있는 공간 만큼 좋은 생각들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골치아팠던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환경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제품류를 기한 내에 다 섭취하거나 혹은 2+1에 현혹되어 너무 많은 유제품류를 쌓아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 환경적인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필요 이상의 소비는 지양해야 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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