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시원 생활


학업을 위해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올라왔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처음 얻은 곳은 바로 고시원이었습니다. 고시원에 처음 입실하기 전에 미리 고향에서 짐을 보냈었는데, 고시원 문을 열자 마자 그 짐 박스로 방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 첫 서울 생활을 보내야 하다니.' 짐 들로 인해 서 있거나 누울 공간이 없는 것을 보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졸업을 하고서도 첫 직장을 가졌지만 월급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어서 이사는 생각지 못하고 계속 그 고시원에 살았습니다. 모든 것이 서툴었던 사회 초년생은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늘 탈진이 되기 일 수 였습니다. 쉽게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는 웹툰과 게임을 밤새도록 붙들었습니다. 또한 다*이소 같은 곳에 가면 한 번에 몇 만원어치씩 물건을 사오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구입한 물건들이기 때문에 버린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고시원은 어느덧 물건으로 가득 찼는데, 침대 밑, 서랍장은 물론이고 책장, 책상 위 할 것 없이 가득차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문 밖에 서랍장을 하나 두었는데 서랍장 안이건 위건 물건으로 가득찼습니다. 



4평 원룸으로 이사


이사를 희망하게 된 것은 저의 책상을 가지고 싶어서 였습니다. 고시원은 책상 위 아래 할 것 없이 물건이 가득 차 있는 바람에 뭔가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싶어도 할 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늘 카페를 밤 늦게 까지 전전긍긍하다가 제가 작업할 수 있는 공간과 책상이 확보 된 곳으로 이사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봉급생활은 곧잘 생활비로 모두 소진이 되기 때문에 돈을 많이 모아둘 순 없었습니다. 형편에 맞게 방을 찾다보니 4평 가량의 원룸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의 저의 첫 이사이기도 했고, 고시원에서의 생활에 비하면 저의 삶의 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저의 책상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사회 생활을 하면 할 수록 일이 쉬워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경력과 나이가 먹을 수록 업무와 책임감이 많아졌습니다. 여전히 저는 쇼핑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좋아했고 계속해서 새로운 물건을 집 안에 들였습니다. 저의 첫 원룸 생활이었기 때문에 나름 애착을 가지고 싶었지만, 현관에서 방으로 향하는 좁은 통로를 막고 있는 빨래대가 제 앞길을 막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탈진하여 치우지 못하고 엉망이 되어 있는 집 안을 보며, 이렇게 방이 엉망이기 때문에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때부터 청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미니멀 라이프란 것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 당시는 '청소가 정말 중요하다'라는 개념만 가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 전에도 저는 여전히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으며, 짐을 싸는 것도 일주일, 이사 가는 집에서 짐을 정리하는 것도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4평 + 복층 원룸


현재 제가 머물로 있는 집의 형태입니다. 복층은 취침을 위한 곳으로, 아래층은 업무를 위한 곳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집을 보자마자 마음이 설레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복층은 환기가 전혀 되지 않아 취침공간으로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아래 층에서 취침과 작업을 함께 하는 곳으로 활용하다 보니 이전의 원룸과 같이 좁게만 느껴졌습니다. 더 이상 안되겠다 생각이 들어서 이 곳에서 부터 물건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미니멀라이프 관련 도서들과 프로그램 등을 보면서 고민도 하고 연구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래 층에는 정말 자주 사용하는 물건만 두었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과 책들은 복층에 두었습니다. 복층에는 약간 미니 서재 + 물건 보관소 느낌으로 그렇게 정리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집이 좁게만 느껴집니다. 집이 정말 좁은 건지 아니면 물건이 아직도 많은 건지, 혹은 둘 다 인건지 모르겠으나 저는 또 다시 이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책 제목처럼 '아무 것도 없는 방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시 이사를 앞두고


이사한 집에는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 가져가고 싶어 준비 기간도 한 달 가량 잡았습니다. 목표는 몇 개의 박스만 가져갈 정도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직 형편에 넓은 평수를 구하진 못하지만, 각 물건들이 자신의 자리에 있을 수 있고, 집에서도 업무가 가능한 그런 공간으로 가고 싶습니다. 쾌적하게, 깨끗하게 살고 싶습니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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