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제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개수도 점차 줄여가고 있고, 불필요한 소비를 많이 줄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꼭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구매한 물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애플의 에어팟(AirPods)입니다.



가능성을 제한했던 '선'


지하철로 출퇴근을 할 때면 음악 없이 맨정신으로는 전철이나 버스를 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럴 땐 항상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어 음악을 들었습니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온 음악은 피곤한 출퇴근 길에 고된 영혼을 달래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폰 특성상 선이 잘 꼬였습니다. 꼬인 이어폰 선을 풀려고 하면 잘 풀리지도 않고 시간이 걸렸습니다.(선을 풀다가 '이 이어폰 선 처럼 내 인생도 꼬인 것 같다'라고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이어폰을 사용할 때도 문제였습니다. 이어폰 연결부위를 휴대폰의 좁은 구멍에 꽂고 나면 저의 활동 범위는 이어폰의 선 길이만큼 제한되어 버렸습니다. 혹시나 갑자기 큰 움직임이라도 하게 되면 이어폰이나 휴대폰 둘 중 하나는 바닥으로 떨어지기 일 수 였습니다.(이와 더불어 제 귀에 적지 않은 충격도 가해집니다.) 따라서 휴대폰을 계속 손에 쥐고 있어야 하거나 혹은 휴대폰에 이어폰을 꽂아 휴대폰은 가방 안에 담고 가방 밖으로 이어폰 선을 길게 빼어 귀에 꽂아야 하는 상황도 연출이 되었습니다.


이어폰을 가방에 다시 담을 때도 문제였습니다. 이어폰을 그냥 가방에 넣으면 곧잘 망가지기 일 수 였습니다. 이어폰 전용 케이스에 넣는다고 해도 케이스에 둘둘 말아서 넣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또 아이폰 부속품으로 오는 이어폰 케이스 같은 경우, 이어폰 선을 케이스를 따라 둘둘 말아서 넣어야 하는 구조라 열심히 말고 나면 뚜껑이 잘 닫히지 않을때가 많았습니다. 이어폰을 감아서 다서 넣고 다시 둘둘 풀어 사용하는 과정 또한 너무 번거롭게만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이동 중 전철이나 버스를 탈때면 이어폰을 꺼내고, 꼬인 선을 풀고, 휴대폰에 연결하고, 내릴 때는 이어폰을 휴대폰에서 분리하고, 다시 케이스에 둘둘 말아 담는 과정이 알게 모르게 저희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시킨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가능성을 열어준 '무선'


저는 1분 1초라도 좀 더 의미있는 일에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내 에어팟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꼬인 줄을 보며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었습니다.(줄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어폰을 꺼내어 폰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동선이 에어팟을 꺼내서 귀에 꽂기만 하면 되는 아주 단순한 단계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어폰을 꺼내고 다시 담는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그러냐' 수도 있겠지만, 시간 뿐만 아니라 거기에 불필요하게 소진되는 에너지까지 줄일 수 있었고, 그 몇 초의 시간과 에너지를 모으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행동의 제약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에어팟을 귀에 꽂고 있으면 휴대폰이 제 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디서든 제가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진 기기들과 연동이 잘 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점 중 하나입니다.


저는 에어팟이 제 삶에 작은 혁신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은 것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여주고 저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저는 이것이 기술의 역할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에어팟과 같은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고서는 이것을 어떻게 미니멀라이프와 연관 짓느냐'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니멀 라이프가 오로지 눈에 보이는 물건을 물리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삶에서의 불필요한 단계와 동선을 제거하는 것 또한 미니멀 라이프의 실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내가 머무는 시공간에서 불필요한 것을 줄여나가는 것, 그리고 그러한 과정 중에 절약한 시간과 에너지는 좀 더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에어팟 구매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저에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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