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어떤 대학생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오가는 가운데 저의 주 관심분야인 미니멀라이프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보통 미니멀라이프에 대해서 얘기하면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있고, 들어는 봤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저의 설명을 듣고 이 학생은 이미 자신은 '무소유'를 실천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한참 꾸미기 좋아할 나이의 이 학생의 집에는 필요한 옷 몇 가지 밖에 없을 만큼 물건 가지수가 적다고 하였고, 본인도 물건을 집에 잘 들이지 않는 편이라고 하였습니다. 미니멀라이프라는 개념보다도 '무소유'라는 개념을 먼저 알고 이를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미니멀라이프에 대해 소개하는 책들 중에서도 거의 시작과 같은 책이 있다면 바로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꼭 봐야겠다', ' 이 책은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할 때 가장 기본 철학이 될 수 있는 책일 것이다'라는 마음에 이 책을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미니밀라이프를 실천하지만 소유욕이란 감정을 제 삶에서 완전히 파내는 건 불가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정스님의 책은 그분의 뜻에 따라 절판되었습니다.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던 중 한 도서관에 해당 책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책을 대여하였습니다.



법정스님의 저서들


저는 '무소유'라는 제목의 책만 알고 도서관에 갔는데, 가보니 법정스님의 책이 여러 권 있었습니다.  '텅 빈 충만,' '오두막 편지', '버리고 떠나기' 등 그분의 삶과 철학과 가치관이 돋보이는 주옥 같은 책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 책들을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 또한 욕심이고 집착이라는 생각에 원래의 목적대로 '무소유'만 대여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오두막 편지'라는 책은 선물로 받았습니다. 참 인연이 깊다는 생각이 듭니다.) 


법정스님의 저서들 마다 3-4 페이지 분량의 산문이 여려편 실려 있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잘 다듬어진 문장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으면 저도 어느 고요한 산 속, 아무것도 없는 방 한켠에 있는 듯한 편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분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참으로 말만 있는 가르침이 아니라 직접 '무소유'에 대해 실현하고 이를 알려주신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그분의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소유' 리뷰


책을 펴면 아래의 구절이 먼저 나옵니다.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였다는 뜻이다."


책에서는 법정시님이 애지중지 기르던 난초에 대해 나옵니다. 난초를 잘 기르기 위해 관련 서적도 구입하고, 비료도 구해오고, 여름에는 서늘한 곳에, 겨울에는 난을 위해 실내 온도를 낮추면서까지 난초에 정성을 쏟는 내용이 나옵니다. 하지만 스님은 자신이 난초에게 너무 집념하고 있다는 것과 이로 인한 집착의 괴로움 깨닫게 됩니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심한 후 기르던 난초는 친구에게 주었는데,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보다는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그 때 부터 하루에 한 가지씩 버려야 겠다고 다짐을 하게 됩니다. 법정스님은 이 난초를 통해 무소유의 의미를 터득하게 되었다고 책에 나와있습니다.


석 장 분량의 짧은 산문이었지만 저는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기본 철학에 대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미니멀라이프는 물건을 버리는 것으로 끝나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소유를 줄임으로써 집착이라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본질적인 행위라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전자 기기를 좋아하여 하나하나 사다보면 기기 하나만 사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가적으로 액세서리를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 예산도 초과하게 되어 심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었습니다.


또한 집에 물건이 많이 쌓여 있으면 부담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어떤 것은 유통 기한 안에 써야되고, 어떤 것은 산 가격만큼 본전을 찾아야 되고, 어떤 것은 버리기 아까우니 어떻게든 써보자 하면서 많은 물건들을 껴안고 있는 것은 저의 삶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먹고 하나씩 물건을 정리하고 나면 무언의 의무감에서 해방된 느낌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Outro


사실 저는 아직도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한다고 하지만 물건을 버리는 일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직 많은 물건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제 삶이 보다 여유를 찾고 물건을 다 써야 하는다는 여러 의무들로 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하기를 바라면서 법정스님 처럼 하루에 한 가지씩 버리는 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글 마지막 문장은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라고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과정 중에 한번쯤은 들여다 봐야 하는 깊은 깨달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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